"자고 일어나면 턱이 뻐근하고, 관자놀이가 지끈거려요. 잠은 푹 잔 것 같은데 아침마다 그렇습니다."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시는 분들 대부분은 본인이 이를 간다는 자각이 없습니다. 자는 동안 벌어지는 일이라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갈이는 잠자는 동안 위아래 치아를 세게 갈거나 꽉 무는 것을 말합니다. 낮에 무의식적으로 이를 악무는 습관도 같은 문제로 봅니다. 소리가 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옆에서 자는 가족조차 모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먼저, 이갈이인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아래 항목 중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하신다면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 아침에 일어나면 턱이 뻐근하거나 얼얼하다
  • 관자놀이나 옆머리가 자주 지끈거린다
  • 일어나 보면 볼 안쪽이나 혀 가장자리에 자국이 나 있다
  • 어금니 씹는 면이 평평하게 닳아 보인다
  • 찬물이나 뜨거운 것에 이가 시리다
  • 보철물이나 레진이 자꾸 깨지거나 빠진다
  • 입을 크게 벌릴 때 턱에서 소리가 나거나 걸리는 느낌이 있다
  • 아침에 턱선이 각져 보이고 얼굴이 부은 것 같다
  • 가족에게 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왜 본인은 모를까요

이갈이는 대부분 깊은 잠에 들기 직전이나 얕은 수면 단계에서 일어납니다. 그 순간의 기억이 남지 않으니 아침에는 통증만 남습니다. 게다가 무는 힘이 세도 소리가 안 나는 분이 있어서, "소리를 안 낸다"는 말이 "이갈이가 아니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말씀보다 치아에 남은 흔적을 먼저 봅니다. 어금니가 어떻게 닳았는지, 앞니 끝이 평평해졌는지, 잇몸 경계에 파인 자국이 있는지를 보면 대개 짐작이 됩니다.

그냥 두면 어떻게 되나요

자는 동안 무는 힘은 깨어 있을 때 씹는 힘보다 훨씬 셀 수 있고, 그것이 매일 밤 몇 시간씩 반복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순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① 치아가 닳습니다. 씹는 면의 법랑질이 벗겨지면서 안쪽 상아질이 드러나고, 그때부터 시린 증상이 시작됩니다.

② 깨지거나 금이 갑니다. 특히 이미 때운 치아나 신경치료한 치아가 먼저 버티지 못합니다.

③ 잇몸과 뼈가 영향을 받습니다. 치아에 계속 옆으로 힘이 가면 잇몸이 내려가고 치조골이 흡수될 수 있습니다.

④ 턱관절로 번집니다. 입을 벌릴 때 소리가 나거나 아프고, 두통·목 결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임플란트나 보철을 하신 분은 더 중요합니다

자연치아는 뿌리와 뼈 사이에 얇은 인대가 있어서 충격을 조금이나마 흡수합니다. 그런데 임플란트는 뼈에 직접 붙어 있어 그 완충 장치가 없습니다. 무는 힘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라미네이트나 올세라믹처럼 얇은 세라믹을 붙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매일 밤 강한 힘으로 갈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보철을 오래 쓰시려면 이갈이부터 관리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마우스피스가 실제로 하는 일

가장 흔한 오해부터 짚겠습니다. 마우스피스를 낀다고 이갈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이갈이는 습관이자 수면 중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장치로 멈추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우스피스가 하는 일은 위아래 치아 사이에 완충재를 넣어 두는 것입니다. 갈더라도 치아끼리 직접 부딪히지 않게 하고, 힘을 여러 치아에 나눠 턱관절 부담을 줄여 줍니다.

치과에서 만드는 장치는 보통 **스프린트(교합안정장치)**라고 부릅니다. 본을 떠서 그분의 치열과 맞물림에 맞춰 만들고, 낀 상태에서 높이를 조정합니다. 이 조정 과정이 장치의 절반입니다.

치아 모형에 맞춰 제작된 투명 스프린트 장치

약국이나 온라인 제품은 왜 권하지 않나요

값이 훨씬 싸니 먼저 찾게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기성품은 크기가 정해져 있어 내 치열에 맞지 않습니다.

맞지 않는 장치를 오래 끼면 특정 치아만 계속 눌리면서 치아가 조금씩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맞물림이 어긋나거나, 시린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갈이를 막으려다 다른 문제를 만드는 셈입니다.

그래서 기성품을 쓰시더라도 오래 방치하지 마시고 중간에 한 번은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치과에서 만든 장치도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조정합니다.

보톡스를 같이 하는 경우

이갈이가 심하거나 씹는 근육(교근)이 유난히 발달한 경우에는 보톡스를 함께 고려하기도 합니다. 근육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강해진 무는 힘을 정상 범위로 낮추는 개념입니다.

둘은 역할이 다릅니다. 스프린트는 치아를 보호하고, 보톡스는 힘의 크기 자체를 줄입니다. 그래서 같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효과와 지속 기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 근육 힘이 돌아옵니다. 모든 분께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진단 후에 필요 여부를 함께 판단합니다.

보험이 되나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이갈이 장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입니다. 함께 고려하는 보톡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용은 장치의 종류와 제작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단을 보고 만들기 전에 미리 말씀드리니, 금액을 모르고 진행하실 일은 없습니다.

집에서 도움이 되는 것

장치가 치아를 지켜 주는 동안, 무는 힘 자체를 줄이는 습관도 같이 챙기시면 좋습니다.

낮에 이를 악물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세요. 많은 분이 일하거나 운전할 때 자기도 모르게 어금니를 꽉 뭅니다. 평소 입을 다물었을 때 위아래 치아는 살짝 떠 있는 것이 정상입니다. 닿아 있다면 힘이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녁 시간의 카페인과 술을 줄여 보세요. 둘 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이갈이를 늘리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 전에 턱 근육을 풀어 주세요. 따뜻한 수건을 볼에 대고 몇 분 두거나, 입을 천천히 크게 벌렸다 닫는 동작을 반복하면 근육 긴장이 조금 내려갑니다. 아플 정도로 벌리지는 마세요.

자주 받는 질문

Q. 스트레스 때문인가요?

스트레스는 이갈이를 심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다만 원인이 하나로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수면의 질, 맞물림 상태, 복용 중인 약, 음주·흡연 습관이 함께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줄이세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치아를 보호하는 조치가 함께 필요합니다.

Q. 아이도 이를 가는데 괜찮을까요?

아이들은 유치에서 영구치로 바뀌는 시기에 일시적으로 이를 가는 경우가 있고, 성장하면서 나아지는 편입니다. 다만 치아가 눈에 띄게 닳았거나 턱을 아파한다면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성장 중이라 어른과 같은 장치를 그대로 쓰지 않으므로, 상태를 보고 판단합니다.

Q. 낮에 이를 악무는 것도 마우스피스를 껴야 하나요?

낮에는 대개 장치보다 자각하는 훈련이 먼저입니다. 눈에 띄는 곳에 메모를 붙여 두고 볼 때마다 힘을 빼는 식으로 시작합니다. 그래도 턱 통증이 이어지면 그때 장치를 함께 고려합니다.

Q. 매일 껴야 하나요?

네, 자는 동안 쓰는 장치라 매일 착용하실 때 의미가 있습니다. 며칠 걸러 끼면 그 사이에 치아가 그대로 힘을 받습니다.

Q. 처음엔 불편하지 않나요?

대부분 며칠에서 2주 정도면 익숙해지십니다. 그 기간이 지나도 특정 부위가 계속 눌리거나 아프면 조정이 필요한 신호이니 알려 주세요.

Q. 얼마나 쓸 수 있나요?

무는 힘과 사용 습관에 따라 다릅니다. 닳거나 금이 가면 다시 만들게 되는데, 장치가 닳는다는 것은 그 힘이 치아 대신 장치로 갔다는 뜻이라 제 역할을 한 것입니다.

Q.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아침에 빼면 찬물에 칫솔로 가볍게 닦고 말려서 보관합니다. 뜨거운 물은 장치가 변형되니 피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이갈이는 없앨 수 있는 병이라기보다 관리하며 지내는 습관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힘이 치아에 그대로 가지 않게 막아 두는 일입니다.

아침에 턱이 뻐근한 날이 반복되거나, 위 체크리스트에서 걸리는 항목이 여럿이라면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치아가 깨지고 나서 오시는 것보다 훨씬 간단합니다.

궁금한 점은 02-898-2333 으로 문의해 주시면 됩니다.

※ 증상과 치료 방법, 장치의 사용 기간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